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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전공자가 본 테넷(2020)의 세계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2020)은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다. 물리학 전공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영화는 과학적 이론과 상상력이 절묘하게 결합된 하나의 거대한 실험처럼 느껴진다. '시간의 역행'이라는 설정은 현실 물리학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끊임없이 사고하고 감각하게 만든다. 테넷은 관객에게 완벽한 이해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스크린을 통해 시간의 방향성과 인과관계의 개념을 새롭게 체험하게 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수많은 질문을 남기는 이 작품은, 과학자나 일반 관객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이론보다 감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테넷의 세계테넷(2020)은 전통적인 과학 영화처럼 이론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각적 체험을 통해 '시간의 역행'.. 2025. 3. 30.
덩케르크(2017), 몰입감 영화의 교과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2017)는 전쟁영화 장르의 문법을 완전히 재정립한 작품이다. 단순히 전투 장면이나 영웅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느끼는 공포와 긴장, 그리고 생존 본능을 고스란히 체험하게 만든다. 특히 몰입감 영화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손색이 없는 이유는, 영화의 모든 요소가 '관객을 사건 한가운데에 세우는 것'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덩케르크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에 포위된 연합군 40만 명을 구조하는 대규모 철수 작전, 일명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다룬다. 놀란은 이 역사적 사건을 웅장하거나 장엄하게 포장하지 않고, 말 그대로 '그곳에 있었던 느낌'을 살리며 연출했다. 덩케르크(2017)는 시각적 스펙터클보다.. 2025. 3. 29.
오펜하이머(2023) 비평 - 과학과 양심의 경계를 묻다 오펜하이머(Oppenheimer, 2023)는 단순한 전기 영화나 전쟁 영화가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수식이나 역사적 사건을 넘어서, 한 사람의 고뇌와 양심의 흔들림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이 글에서는 영화 오펜하이머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과, 그 여운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해본다.과학은 그 자체로 무죄일까?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수많은 혜택을 가져왔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전쟁 무기와 감시 기술이라는 어두운 면도 마주하고 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이러한 과학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할 수 있다’와 ‘해야 한다’ 사이의 간극오펜하이머는 학문적 열정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라는 비극적인.. 2025. 3. 28.
재즈와 중독, 그리고 사랑 – 본투 비 블루(2016) 핵심 테마 본투 비 블루(Born to Be Blue, 2016)는 재즈 트럼펫터 쳇 베이커의 삶을 다룬 독특한 음악 영화다. 이 작품은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무너진 이후, 재기와 사랑, 중독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풀어낸다. 화려함보다는 조용한 진심, 성공보다는 끊임없는 흔들림을 보여주는 본투 비 블루는 재즈 음악과 인간 존재에 대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재즈, 그 느슨하고 불안정한 아름다움재즈는 즉흥성과 자유를 상징한다. 하지만 영화 본투 비 블루에서 그려지는 재즈는 다르다. 쳇 베이커의 연주는 마치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불안정함을 품고 있다. 트럼펫 소리는 맑고 부드럽지만, 동시에 지독히 외롭고 쓸쓸하다. 음악은 쳇의 삶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영화는 그의 화려했던 전성기를 생략하.. 2025. 3. 27.
위플래쉬(2015), ‘최고’라는 환상의 파괴 영화 위플래쉬(Whiplash, 2015)는 단순한 음악영화가 아니다. 드럼이라는 악기를 매개로, 인간이 어디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최고'라는 단어가 얼마나 아름다운 동시에 얼마나 잔인한 환상일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박수갈채 뒤에 숨은 고통과 광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그렇게까지 달려야 하는지를 묻는다.나 자신을 밀어붙일수록 멀어지는 것들앤드류는 드럼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곧 집착이 되었다. 그는 '최고'라는 목표를 향해 끝없이 자신을 몰아붙였다. 연습실 안에서 피가 흐르고, 손가락이 부서져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 연인과의 관계는 점점 무너져 갔다. 오직 드럼만 남기 위해, 그는 세상과 단절했다.영화 위.. 2025. 3. 26.
샤인(1997), 천재성과 정신 질환의 경계 영화 샤인(1997)은 천재성과 정신 질환이라는 섬세하고 위험한 경계 위를 걷는 인물의 삶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하지만, 단순한 음악 영화로 분류하기에는 그 울림이 너무 깊고 날카롭다. 이 영화는 천재라는 단어에 쉽게 기대는 우리의 시선을 해체하고, 그 이면에 감춰진 외로움과 아픔을 조용히 들춰낸다.그가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 나는 숨을 멈췄다샤인의 주인공 데이비드는 말보다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인물이다.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손가락 하나하나에 감정을 실어 연주한다. 그러나 그 연주는 경이로움을 넘어선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연주는 너무 뜨겁고 격렬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무언가가 곧 부서질 것 같은 예감을 갖게 한다.처음 데이비드가 피아.. 2025.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