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전공자가 본 테넷(2020)의 세계관
솔직히 말하면, 테넷을 처음 봤을 땐 ‘이게 대체 뭐지?’ 싶었다. 물리학을 전공하면서 시간에 대한 개념은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방식은 그 모든 익숙함을 무너뜨리는 듯했다. ‘시간의 역행’이라는 개념은 그저 과학적 호기심이 아니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혼란스러움이 점점 매력으로 다가왔다. 전공자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단순히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감각하고 풀어가는 수수께끼’에 가까웠다.이론보다, 감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영화보통 과학적 영화라고 하면, 이론적인 설명이나 공식이 전면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테넷은 반대다. 설명은 최소화하고, 그 자리에 체험을 배치한다. 탄환이 ‘들어가는’ 장면, 숨이 ‘역행하는’ 순간들, 그리고 회전..
2025. 3. 30.
덩케르크(2017), 몰입감 영화의 교과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 (Dunkirk, 2017)는 전쟁영화의 공식을 완전히 바꾼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을 그린 수많은 영화들이 인물 중심의 드라마에 집중했다면, 덩케르크는 전장의 공기, 시간의 압박, 그리고 말없이 흐르는 감정들로 승부한다. 이 영화를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마치 직접 그 해변에 서 있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대사보다 사운드가, 이야기보다 구조가 더 크게 마음을 흔들었던 영화. 그래서 이 작품은 ‘몰입감 영화의 교과서’라 부르고 싶다.세 가지 시점, 하나의 긴장감덩케르크는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해변(1주), 바다(1일), 하늘(1시간). 이 서로 다른 시간축이 하나의 사건으로 수렴된다. 이 구조는 처음엔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야기가 진행..
2025.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