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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관객이 공감한 걸캅스(2019)(연대, 폭력, 현실감) 걸캅스는 단순한 코믹 액션 영화로 보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2019년 개봉 당시에도 "여성 영화"라는 프레임으로 다양한 평가가 오갔고, 지금 다시 돌아봐도 그 시선의 온도차는 여전하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라고 비판했고, 누군가는 '현실을 반영한 연대의 이야기'라고 옹호했다. 나는 그 어느 쪽도 확실히 속하지 않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조심스럽게 내 안의 감정을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불편했던 시기, 나의 '알깨기'와 시작된 관심한창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뉴스와 SNS에서 쏟아질 때, 나는 '전통적인' 사회 속에서 자란 사람이라는 핑계로 그 흐름에 쉽게 합류하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나름대로 평등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던.. 2025. 4. 5.
감쪽같은 그녀(2019), 알면서도 울게 되는 영화 (신파, 가족, 감정선) 감쪽같은 그녀는 2019년 개봉한 한국 영화로, 신파라는 평가를 피할 수는 없지만 이상하리만큼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예측 가능한 전개 속에서도 감정의 파장을 만들어낸다. 누군가에겐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어떤 이에게는 기억과 감정을 건드리는 특별한 영화로 남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영화 감쪽같은 그녀의 이야기 구조, 인물의 감정선, 그리고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을 분석하고자 한다. 예상 가능한 줄거리,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이야기영화는 설정 자체부터 매우 뻔하다. 나이든 여성 '말순'과 갑자기 그녀에게 맡겨진 어린 소녀 '공주'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미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본 듯한 설정이다. 하지만 감쪽같은 그녀는 그 익숙.. 2025. 4. 4.
미키17(2025) 원작과 영화 비교 (에드워드 애슈튼 소설, 차이점) 봉준호 감독이 돌아왔다. 그것도 헐리우드 메이저 프로젝트와 함께. ‘미키17’은 그의 새로운 실험이자, 에드워드 애슈튼의 소설 『Mickey7』을 바탕으로 한 복제인간 서사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원작을 읽었던 나로서는 이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내용을 재해석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고, 실제 관람 후엔 확실한 느낌이 남았다. 감독의 스타일은 여전했고, 세계관은 흥미로웠지만, 감정의 연결 고리는 어딘가 느슨했다. 원작 소설의 세계: 철학적 질문으로 출발한 이야기소설 『Mickey7』은 꽤 빠른 속도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미키라는 한 인물이 니플하임이라는 외계 행성에서 복제 가능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구조 자체가 흥미롭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미키가 반복되는 죽음을 받아들이면.. 2025. 4. 3.
물리학 전공자가 본 테넷(2020)의 세계관 솔직히 말하면, 테넷을 처음 봤을 땐 ‘이게 대체 뭐지?’ 싶었다. 물리학을 전공하면서 시간에 대한 개념은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방식은 그 모든 익숙함을 무너뜨리는 듯했다. ‘시간의 역행’이라는 개념은 그저 과학적 호기심이 아니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혼란스러움이 점점 매력으로 다가왔다. 전공자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단순히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감각하고 풀어가는 수수께끼’에 가까웠다.이론보다, 감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영화보통 과학적 영화라고 하면, 이론적인 설명이나 공식이 전면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테넷은 반대다. 설명은 최소화하고, 그 자리에 체험을 배치한다. 탄환이 ‘들어가는’ 장면, 숨이 ‘역행하는’ 순간들, 그리고 회전.. 2025. 3. 30.
덩케르크(2017), 몰입감 영화의 교과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 (Dunkirk, 2017)는 전쟁영화의 공식을 완전히 바꾼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을 그린 수많은 영화들이 인물 중심의 드라마에 집중했다면, 덩케르크는 전장의 공기, 시간의 압박, 그리고 말없이 흐르는 감정들로 승부한다. 이 영화를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마치 직접 그 해변에 서 있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대사보다 사운드가, 이야기보다 구조가 더 크게 마음을 흔들었던 영화. 그래서 이 작품은 ‘몰입감 영화의 교과서’라 부르고 싶다.세 가지 시점, 하나의 긴장감덩케르크는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해변(1주), 바다(1일), 하늘(1시간). 이 서로 다른 시간축이 하나의 사건으로 수렴된다. 이 구조는 처음엔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야기가 진행.. 2025. 3. 29.
오펜하이머(2023)가 보여주는 양심과 과학의 경계 2023년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는 단순한 전기 영화나 전쟁 영화가 아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복합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했다. 수식이나 역사적 사건보다도, 한 사람의 고뇌와 불안, 양심의 흔들림이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영화 속에서 과학이 가진 양날의 검을 아주 날카로운 방식으로 꺼내 보인다.과학은 그 자체로 무죄일까?과학이 ‘선’인지 ‘악’인지는 늘 혼란스럽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지만, 동시에 전쟁 무기와 감시 기술도 같은 맥락에서 발전하고 있다. 오펜하이머도 처음부터 파괴를 원했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학문적인 호기심, 물리학의 가능성, 지식의 확장 같.. 2025.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