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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2025) 원작과 영화 비교 (에드워드 애슈튼 소설, 차이점)

by cheda-cheeese 2025. 4. 3.

 

영화, 미키17, 2025년 개봉작, 원작 비교, 에드워드 애슈튼 소설, 차이점

봉준호 감독이 돌아왔다. 그것도 헐리우드 메이저 프로젝트와 함께. ‘미키17’(2025)은 그의 새로운 실험이자, 에드워드 애슈튼의 소설 『Mickey7』을 바탕으로 한 복제인간 서사의 확장판이다. 원작을 읽었던 입장에서,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내용을 재해석했는지 비교해본다. 감독의 스타일은 여전했고, 세계관은 흥미로웠지만, 감정선은 어딘가 느슨했다.

원작 소설 『Mickey7』: 철학적 질문으로 출발한 이야기

에드워드 애슈튼의 소설 『Mickey7』은 빠른 전개 속에서도 깊은 존재론적 고민을 이끌어낸다. 복제 가능한 인간 미키가 반복되는 죽음을 겪으며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서사가 중심이다. 미키는 단순한 복제물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아를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그의 친구, 연인, 또 다른 복제체들과의 관계는 인간성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세밀하게 드러낸다. SF적 설정을 뛰어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던진다는 점에서, 원작은 상당히 밀도 높은 정서를 담고 있다.

영화 ‘미키17’: 감정의 결은 얇고, 시각적 세계는 강렬했다

미키17(2025)은 시각적으로는 원작 이상의 세계관 확장을 보여준다. 미키17과 미키18의 충돌은 인상적이고, 초반 몰입감은 뛰어났다. 하지만 감정선은 얇았다. 스티븐 연이 연기한 버트는 복잡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로 설정되었지만, 영화는 그의 심리 변화를 충분히 보여주지 않는다. 나샤 캐릭터 역시 두 명의 미키를 동시에 사랑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였지만, 그 감정이 섬세하게 전개되지 않았다. 특히 중요한 여성 인물 중 하나가 중반 등장하고 퇴장하는 방식은 아쉬움을 남겼다. 감정의 파고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한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원작과 영화의 거리: 같은 뼈대, 다른 온도

원작과 영화는 모두 복제 인간이라는 테마를 공유하지만,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소설은 내면 탐구를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하는 반면, 영화는 구조적 장치와 설정에 집중한다. 소설은 미키의 고뇌를 밀도 있게 따라가면서 독자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지만, 영화는 설정의 화려함에 비해 인물들의 감정적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이 약화된 점은 뚜렷한 차이점이다. 원작에서 나샤는 독립적이고 강한 존재감을 가졌지만, 영화 속에서는 미키들의 감정에 종속된 모호한 인물로 변해버렸다. 이로 인해 감정 몰입도가 크게 떨어진다.

원작의 깊이 vs 영화의 스펙터클

‘미키17’(2025)은 원작을 알고 보면 감상에 깊이가 더해지는 영화다. 반대로 영화를 먼저 접한 사람은 원작에서 더 풍성한 정서와 사유를 발견할 수 있다. 소설은 존재론적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며 긴 여운을 남기고, 영화는 시각적 상상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결국 인간성과 감정선을 얼마나 깊이 있게 다루었느냐는 점에서 소설이 우위에 있다고 느낀다. 영화가 흥미로웠던 만큼, 반드시 원작 소설 『Mickey7』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더 복잡하고, 더 아프고, 더 깊은 미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