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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재능과 어른의 욕망 – 나의 작은 시인에게(2019) 비평

by cheda-cheeese 2025. 3. 24.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 2019년 개봉작, 비평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2019)은 어린이의 재능과 어른의 욕망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다루며, 관객에게 불편하지만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겉보기에는 따뜻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차갑고 서늘한 진실을 품고 있다. 이 영화는 재능을 바라보는 시선이 때로는 얼마나 이기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아이의 언어를 어른이 설명하려는 순간

나의 작은 시인에게의 주인공 리사는 어린이집 교사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예술에 대한 갈증을 품고 있다. 그런 리사는 다섯 살 소년 지미의 천재적인 시적 재능을 발견하고 깊은 감동을 느낀다. 하지만 그 감동은 곧 욕망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리사는 처음에는 지미의 시를 받아 적으며 감탄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지미에게 시를 강요하고, 그의 삶에 과도하게 개입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리사는 자신이 아이를 위해 행동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상은 자신의 상처와 좌절을 지미를 통해 보상받으려 하고 있다. 영화는 이 미묘한 변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며,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아이의 재능은 누구의 것인가?"

재능을 향한 보호와 집착은 종이 한 장 차이

처음에 리사의 행동은 이해할 수 있다. 재능을 알아보는 어른이 필요한 순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그 선이 얼마나 쉽게 넘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리사는 점점 지미의 재능을 ‘보호’하는 것에서 ‘소유’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특히 수영장에서 지미가 무심코 시를 읊조리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아이는 아무런 의도 없이 말을 뱉지만, 리사는 그것을 경외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때부터 관객은 깨닫게 된다. 아이의 순수함을 지키려는 의도가 사실은 어른의 욕망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른은 쉽게 아이의 재능을 해석하고 방향을 설정하려 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도나 통제가 아니라, 자신의 리듬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이다. 영화는 이러한 메시지를 극적으로 강조하며, 보호와 집착 사이의 위험한 경계를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침묵하는 아이가 전하는 마지막 시

영화의 결말에서 지미는 침묵한다. 울음도, 말도, 시도 없다. 그의 침묵은 가장 강렬한 저항이며, 동시에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된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빼앗겼으며,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어른에게서 지켜낼 수 없었다.

리사는 지미를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정작 그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지미의 시를 지키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지미 자신을 잃게 만들었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이 아이의 침묵을 통해 관객에게 경고한다. "아이를 통해 무언가를 완성하려 하지 말라."

아이의 재능은 어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아이 자신의 감정과 리듬을 존중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영화는 이 사실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전달한다.

어른의 욕망은 아이를 위한 것인가

영화를 보고 나면 머릿속에 수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누군가의 가능성을 볼 때, 진심으로 그를 위한 마음으로 행동하는가?" "혹시 내 욕망을 누군가에게 투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이런 깊은 자기반성을 요구하는 영화다.

특히 리사의 행동을 단순히 ‘선의’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그녀가 결국 자신의 좌절과 외로움을 지미를 통해 극복하려 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종종 아이에게 순수함을 기대하지만, 그 기대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아이는 어른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다. 그는 그저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이다.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관객의 마음을 깊이 파고든다. 영화는 소리 없이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리지 않은 채 관객에게 남겨둔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아이의 재능은 쉽게 해석될 수 없다. 어른의 선의 역시 끊임없이 의심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삶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아이를 지켜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켜본다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무수한 욕망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